교우동정
[경남매일-기고-박성민] 교실 무너지면 대한민국 미래도 흔들려
페이지 정보

본문
지난 5월 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교육부 장관 주재 간담회 영상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이 교육부 장관 앞에서 목이 메어 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학생들 사진 200장을 찍어줬습니다. 그날 무슨 민원이 왔는지 아십니까. 왜 우리 애는 5장밖에 없냐고, 왜 표정이 어둡냐고." 영상은 사흘 만에 51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구독자가 2000명에 불과한 초등교사노조 유튜브 채널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공감의 폭발이었다.
강 위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하며 꺼낸 사례가 있다. 2025년 11월 14일, 한 동료 교사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날이다. 2022년 강원 속초로 체험학습을 떠났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버스 운전자도, 차량 관리자도 아닌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법정에 섰고, 2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교사는 상고를 취하했고,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한 건의 판결이 전국 교사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후 숫자가 말해준다.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 이상이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이들을 이끌고 교문 밖을 나서는 순간 잠재적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더기가 생길까 봐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교육부는 이달 중 면책 강화 방향으로 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소개한 민원들은 낱낱이 들여다볼수록 씁쓸하다. 체험학습 출발 전날부터 "왜 그렇게 먼 곳으로 가서 아이를 멀미하게 만드냐"는 항의가 들어온다. 밤늦게까지 울리는 전화, 끊이지 않는 문자, 온라인 민원 게시판 글들이 교사 사생활을 침범한다.
강 위원장은 참석한 학부모들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장관님, 이런 민원 막아주실 수 있습니까? 학부모님들, 민원 안 넣으실 겁니까?" 그 물음은 항의가 아니었다. 제도도, 조직도, 아무것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을 향한, 오랜 기다림 끝에 터져 나온 호소였다.
지금 일선 학교에서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를 수거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며, 잘못을 지적한 교사에게 학생이 폭언을 퍼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기업과 공공기관은 너나없이 ESG를 내세운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하게 경영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ESG의 'S', 즉 사회적 가치의 핵심이 인간 존중과 공동체 신뢰라면, 그 가치를 가장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공간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
서류로만 작성되는 ESG 보고서가 공허하듯, 교실에서 실천되지 않는 존중과 책임의 가치는 결국 구호에 머물고 만다. ESG 시민운동의 출발은 교육에 있다.
교권 회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 전체의 결단이다. 500만 명이 공감한 한 교사의 울먹임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 교육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교권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권 회복은 단순히 교사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ESG 가치 실현을 위한 필수 과제다.
첫째,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형사 면책 조항을 법제화해야 한다.
교사가 악의 없이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다면, 예측 불가한 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교육부가 이달 중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반드시 실질적인 면책 규정을 담아야 한다.
둘째,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청이 교사를 대신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교사 개인이 홀로 맞서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셋째, 학부모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는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잘못에 책임지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 규칙을 지키는 시민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위한 가장 훌륭한 투자다.
정부와 국회, 교육 당국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도적 보완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출처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강 위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하며 꺼낸 사례가 있다. 2025년 11월 14일, 한 동료 교사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날이다. 2022년 강원 속초로 체험학습을 떠났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버스 운전자도, 차량 관리자도 아닌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법정에 섰고, 2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교사는 상고를 취하했고,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한 건의 판결이 전국 교사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후 숫자가 말해준다.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 이상이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이들을 이끌고 교문 밖을 나서는 순간 잠재적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더기가 생길까 봐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교육부는 이달 중 면책 강화 방향으로 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소개한 민원들은 낱낱이 들여다볼수록 씁쓸하다. 체험학습 출발 전날부터 "왜 그렇게 먼 곳으로 가서 아이를 멀미하게 만드냐"는 항의가 들어온다. 밤늦게까지 울리는 전화, 끊이지 않는 문자, 온라인 민원 게시판 글들이 교사 사생활을 침범한다.
강 위원장은 참석한 학부모들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장관님, 이런 민원 막아주실 수 있습니까? 학부모님들, 민원 안 넣으실 겁니까?" 그 물음은 항의가 아니었다. 제도도, 조직도, 아무것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을 향한, 오랜 기다림 끝에 터져 나온 호소였다.
지금 일선 학교에서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를 수거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며, 잘못을 지적한 교사에게 학생이 폭언을 퍼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기업과 공공기관은 너나없이 ESG를 내세운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하게 경영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ESG의 'S', 즉 사회적 가치의 핵심이 인간 존중과 공동체 신뢰라면, 그 가치를 가장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공간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
서류로만 작성되는 ESG 보고서가 공허하듯, 교실에서 실천되지 않는 존중과 책임의 가치는 결국 구호에 머물고 만다. ESG 시민운동의 출발은 교육에 있다.
교권 회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 전체의 결단이다. 500만 명이 공감한 한 교사의 울먹임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 교육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교권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권 회복은 단순히 교사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ESG 가치 실현을 위한 필수 과제다.
첫째,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형사 면책 조항을 법제화해야 한다.
교사가 악의 없이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다면, 예측 불가한 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교육부가 이달 중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반드시 실질적인 면책 규정을 담아야 한다.
둘째,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청이 교사를 대신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교사 개인이 홀로 맞서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셋째, 학부모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는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잘못에 책임지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 규칙을 지키는 시민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위한 가장 훌륭한 투자다.
정부와 국회, 교육 당국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도적 보완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출처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 다음글필리핀 선교활동중인 장로님 26.04.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